꿈 · 용기 · 도전    Guideposts    2018 / 01




Cover Story

“절망은 언제나 그보다 더 큰 선물 보따리를 안고 찾아온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스탠드업 커뮤니티의 임인환 대표다. 어깨 밑으로 대부분의 기능이 마비되는 사고를 당한 그에게 절망이 가져온 선물 보따리는 과연 무엇일까? 갑자기 찾아온 불행으로 인해 가정까지 무너질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스탠드업 커뮤니티’와 임인환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January, 2018

                         

Cover Story


그대

함께라면

좋겠네

살다 보면 너무 행복해서 숨이 벅차오르는 일이 더러 있다.


반면에 고통이 너무 커서 숨이 안 쉬어질 때도 더러 있다.


스탠드업 커뮤니티 사람들은 이 행복과 고통의 벅차오름을 늘 경험한다. 그런데 그 원인 제공자는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다.


타인의 행복에 숨이 벅찰 만큼 행복하고 타인의 고통에 숨이 안 쉬어질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 자신이 위기에 빠진 아빠였으나 도리어 위기에 빠진 아빠들과 그 가정을 돕겠다고 나선 스탠드업 커뮤니티의 대표 임인환 씨를 만났다.



Q병상에 있으면서 스탠드업 커뮤니티를 결성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인지요?


임인환 대표(이하 임 대표) :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와 재활병원에 입원했을 때였어요. 여전히 희망을 찾을 수 없어 고통스러운 제 눈에 어느 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서 엉덩이에 욕창이 커다랗게 생긴 환자가 들어왔어요. 그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홀로 병마와 싸우고 있었죠. 가족의 돌봄도 받지 못하는 형편이었어요.



그가 바로 스탠드업 커뮤니티의 1호 후원자 배성수 씨예요.


가족의 돌봄도 받고 있고 비록 불편한 몸이긴 해도 내 입으로 숨을 쉬고 말도 할 수 있는 저는 그에 비하면 불평할 처지가 아니었어요. 그날 참 많이 부끄러웠어요.


그때부터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어요. 아픈 자식에게 갖은 욕설과 화풀이를 당하면서도 헌신적으로 돌보는 부모님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가족들의 무시를 받으면서도 침묵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환자들도 있었어요. 그뿐인가요. 병원비 대느라 집도 팔고 차도 팔아서 오갈 데 없는 가족들도 있었어요.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가족 모두가 고통을 당하죠. 그 고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예요. 그렇다 보니 가족 간의 갈등도 녹록찮아요. 이혼하는 부부도 더러 봤어요.
몸의 문제는 삶의 문제로 번지고 삶의 문제는 몸과 마음을 해치는 더 큰 문제로 번져 가죠.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그들의 애환이 남 일로만 여겨지지 않았어요. 안타까웠고 돕고 싶었고 힘이 되고 싶었어요.


그때 마침 김태양 목사님이 저를 찾아왔어요. 배성수 씨를 돕고 싶다는 제 말에 목사님은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 주었고 여러 헌신적인 봉사자들의 힘이 보태지면서 스탠드업 커뮤니티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2010년 12월 31일은 제겐 잊을 수 없는 날이에요. 절망 가운데 있는 한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마음을 모은 뜻 깊은 날이거든요. 그날 우리는 김태양 목사님 댁에서 스탠드업 첫 모임을 가졌어요. 사랑의 온기가 그렇게 따뜻하다는 걸 전 그날 처음 알았던 것 같아요.


벼랑 끝에 선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염시키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제 인생에 찾아온 절망이 가져온 선물 꾸러미예요. 우리는 흔히 문제를 보고 절망하지만 문제가 가리키는 사인을 따라가면 하나님의 멋진 선물이 있어요. 벅찬 기적이 있어요.



Q 그날의 사고를 듣지 않을 수 없네요.


임 대표 : 지금으로부터 7, 8년 전이네요. 당시 전 식품 관련 회사의 인도네시아 주재원으로 발령 받아 근무하고 있었어요.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했죠.

그날 전 우리 회사를 취재하러 나온 신문기자와 함께 스피드 보트를 타고 사업장을 향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운전기사가 운전대를 껴안고 쓰러졌어요.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로 여겨져요. 그 후 전 어깨 밑으로 대부분의 기능이 마비되는 경추(목뼈)골절을 앓게 되었어요.

처음엔 서너 달 입원하면 다시 예전처럼 회사도 다니고 일상생활을 할 줄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병원 생활은 기약 없이 길어졌어요.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하루 종일 누워 병실 천장만 바라보는 나날이 계속되었죠. 사고가 없었다면 가족들과 인근 동물원에 가기로 약속하며 준비했던 바나나며 당근, 김밥 등도 소용없게 되었어요. 자부심을 가지고 추진했던 직장 일도, 아이들의 산타할아버지 노릇도, 아내와 함께 계획했던 미래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어요. 사고는 한순간에 제 삶의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죠.


하지만 절망은 언제나 그보다 더 큰 선물 보따리를 안고 찾아와요. 절망이 만든 버퍼링 상태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그게 보여요. 하나님은 제가 너무 지체하지 않고 그 선물을 볼 수 있도록 해 주셨어요.



--- 이후 내용은 2018년 01월호 잡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