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 용기 · 도전    Guideposts    2017 / 12




Cover Story

맥스 루케이도 목사가 어린 시절 아빠가 엄마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고 깨달은 것은 포장이 전혀 특별하지 않아도 그 안에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베들레헴의 말구유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도 그랬다. 하나님이 우리 각자에게 준비하신 선물도 그럴지 모른다. 혹시 볼품없다고, 대수로워 보이지 않는다고 뜯어 보지 않은 선물이 있는가? 어쩌면 그 선물의 발신인은 하나님일지도 모른다.


                                          December, 2017

                         

연결의 대화


눈으로 하는 대화


  말 밤 늦은 저녁 버스에 올라탔다. 빡빡한 일정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버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와 버스 안의 풍경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두 소녀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대며 웃고 있었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커플은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띠고 둘만의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창가에 지친 몸을 기대고 가던 한 아주머니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딸의 목소리에 “엄마 가고 있어”라는 대답을 하고는 어깨를 폈다. 술에 취해 버스에 올라탄 아저씨는 우리 눈에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어떤 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만히 그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의 표정, 목소리, 몸짓으로부터 지금의 즐거움, 행복함, 흐뭇함, 쓸쓸함 등의 감정들이 느껴졌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들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삶과 연결되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가만히 들여다보고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일상에서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다 보면 익숙한 방식대로 해석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일수록 이 사람에 대해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이 있을 때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보고, 표정을 살피며 대화하고 있는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검은 머리 파 뿌리될 때까지…’ 하는 흔한 주례사에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겠습니까?’ 하는 말이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상대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으로부터 연결은 시작된다. 사랑하는 이의 눈빛, 표정, 몸짓에서 발견되는 기쁨, 즐거움, 슬픔 등의 감정을 발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깊이 있는 관계로 나아가게 된다.

  소위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서로를 마주하는 것은 쉬울 수 있다. 문제는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서로를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게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기도 쉽지 않고, 내가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 상대를 바라보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불편한 감정들은 우리를 그 감정에 더욱 몰두하게 만들고 상대를 좁은 시야로 바라보게 한다. 그럴 때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상대와 연결되는 방법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보고 상대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느끼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를 한동안 깊이 있게 바라보는 것을 촬영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영상 속의 부부들은 어색한 미소를 띠거나 무심하고 심각한 표정을 보이다가 곧 눈물을 흘리며 상대를 향한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어떤 이들은 일어나서 춤을 추기까지 한다. 상대를 바라보고 있자니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에서는 발견하지 못하던 많은 것들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정확하지 않아도 상대의 눈빛에 담긴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발견하고 그것을 서로 이해했던 것이다.

  서로가 깊이 연결되기 위한 다리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봄이다.

  가끔 연결의 대화는 입이 아니라 눈에서 시작하고 눈에서 아주 멋지게 마무리된다.


박하승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