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 용기 · 도전    Guideposts    2018 / 04




Cover Story

우리는 모두 행복하고 싶다. 그런데 언제 행복할까? 꿈이나 목표를 성취했을 때 행복할 것이라 믿었던 영화배우 케빈 제임스. 그러나 그는 목표를 성취할 때마다 행복하기보다 더 큰 목표, 더 특별한 목표를 세우기 바빴다. 이대로 가다간 영원히 행복해지긴 힘들겠다는 자각을 한 순간, 그는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것임을 깨달았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케빈, 그는 지금 더없이 행복하다.


                                          April, 2018

                         

연결의 대화


진짜 감정은 따로 있다

   중학생 때의 일이다. 그날따라 부모님은 심하게 다퉜고, 서로를 향해 비난의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 중간에서 두 분을 말리느라 혼이 쏙 빠졌다.


   “엄마 그만해, 아빠도 그만 좀 하세요.”
   “제발 부탁이니까, 그만 좀 하라구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오가는 비난이 극에 달했을 무렵, 나의 분노도 정점에 이르렀다. 화난 나의 감정은 곧바로 말과 행동으로 나타났다.


   “작작 좀 하세요! 집안 꼴이 이게 뭔데!”


   그 말과 함께 나는 방문을 꽝 소리가 나게 닫고 현관 앞에 있던 플라스틱 박스를 발로 걷어차고는 집을 나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당시의 사건을 떠올려 보았다. 당시 나는 정말 화가 난 걸까? 나는 분명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화’는 안개와 같은 감정이다. 그 너머에 진짜 감정이 있다. 그렇다면 화로 표출된 나의 진짜 감정은 뭐였을까? 우울이고 불안이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화 너머에 있는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진짜 감정을 알아야 화를 낸 그 순간에 채우고자 한 자신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그토록 격렬하게 싸우는 부모님을 보면서 당장에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부모님에게 나란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날 참을 수 없었던 화 너머에 있던 나의 진짜 감정은 불안감이었다. 그리고 채워지길 바란 나의 욕구는 내가 부모님에게 사랑스런 아들로 보여지는 것이었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이었다.


   만약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면 “작작 좀 하세요! 집안 꼴이 이게 뭔데!” 대신에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엄마 아빠, 나도 엄마 아빠에게 소중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어요. 저는 지금 이 상황이 슬프고 불안한데, 날 위해서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 주시면 안 될까요?”
   이렇게 말했다면 부모님은 내 마음의 소리를 충분히 들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격렬했던 싸움도 진정되었을 것 같다.


   화가 났다면 그 상황과 거리 두기를 하자. 그리고 화 너머에 있는 나의 진짜 감정을 찾아보자. 그리고 채우고 싶은 욕구를 발견해 보자. 그러면 적어도 파국으로 치닫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박하승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선임연구원